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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금 늦은 콩콩이 출산 후기 작성일:2019/03/26

작성자
콩콩이 엄마
작성일
2020.08.20
첨부파일0
조회수
475
내용
조리원에 있을 때 밤에 필 받아서 쓴 출산 후기인데 올리지 않고 있다가 조금 다듬어서 이제 올립니다 ^^

까먹고 있었는데. ㅎㅎ 출산한지 벌써 120일이 훌쩍 넘어가네요.

 

조산원 출산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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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나는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왠지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사실 출산한 엄마들을 보니,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었다) 주위의 난임 부부들이 많다는 이야기들이 왠지 나도 그럴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타나는 순간 나는 남편을 향해 “나 임신했어!” 하고 소리를 쳤다. 생각지도 않게 임신이 된 것이 기뻤다기보다는 황당하다는 감정이 더 앞섰던 것 같다. 임신이 된 것이 기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임신이 이렇게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감이 먼저 들었다.

임신 테스트기 확인 후에, 산부인과에 가서 아가의 심장소리를 듣고 내 뱃속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임신을 하고 나서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 동기는 잘 모르겠는데 자연주의 출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마도 몇 년 전에 시청했던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sbs 스페셜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출산 방법에 대한 확고한 결심은 서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에게 “나 조산원에서 낳을 거야.” 라고 말을 해버렸는데, 그 때 남편의 표정은 좋지 않았었다.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재빠른 처치가 어렵다는 것이 남편의 의견이었다. 왠지 남편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나는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한 엄마들의 후기부터, 자연주의 출산과 자연출산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높은 제왕절개 비율과 일반적인 산부인과에서 출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되면서 산부인과 분만대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다. 산모가 출산하기 편하게 느끼는 자세가 아니라, 아니라 의료진이 진료를 보기에 좋은 자세인 산부인과 굴욕 침대에 다리를 놓고 눕는 것부터 시작해서, 회음부 절개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것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자연주의 출산에 부정적인 남편을 설득해서 조산원 방문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우리의 출산 장소였던 mj조산원이었다. 남편은 조산원에 와서 우려했던 바대로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다른 조산원도 한번 가 볼 것을 권유했고, 남편은 다행히 나의 그런 제안은 잘 따라주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다른 조산원도 가보고,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병원도 가보았다.

사실 나는 출산 장소에 대해 갈팡질팡 했는데, 결국 남편이 mj 조산원으로 선택해 주었다. 나의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생각을 꺾기 힘들다고 판단한 남편은 mj 조산원 원장님이 경력도 있으신 것 같고, 아이를 잘 받아주실 것 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내가 진통이 왔을 때 서울까지 이동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평소에도 차멀미가 심한 편인데, 진통에다 차멀미까지 하면 지금 생각해도 아마 남편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고, 나 또한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그 후로 mj 조산원으로 진료와 산전 교육을 받으면서 남편은 다행히 조산원에 대한 불신을 점점 내려놓는 듯 했다. 그리고 출산 방법에 대한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고, 시부모님도 설득해 주었다. 친정 엄마도 조산원에서 출산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셨지만, 크게 별말씀은 안하셨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 위해서는 원장님이 식단 조절과 운동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지나치게 아이 몸무게가 늘 경우 출산이 힘들 수 있으니,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하라고 하셨다. 직장을 다닐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기본적으로 걷는 시간이 확보가 되었고,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는 집 뒤에 있는 공원을 두어 바퀴 돌곤 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서는 매일 1시간씩 공원을 돌았고, 36주에 돌입하기 직전부터는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을 했다. 그 날부터 동네 공원을 계속 돌고 시작했다. 한 시간씩 걷는 것과 두 시간 걷는 것은 꽤 차이가 있었다. 한 시간은 운동 삼아 그냥 걷는다 생각하면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걷는 시간이 두배로 느니 이건 좀 힘들었다. 하지만 참고 그냥 걸었다. 하루에 9km~10km 정도 걸었다.

그렇게 6일 정도 걷고 나니, 다음날 새벽에 바로 양수가 터졌다. 새벽 5시경 조산사님께 증상을 이야기하니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일단 걸으라고 하셨다. 그날따라 추워서 나가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하고 시간이 지났다. 오전 9시쯤 원장님이 진통이 잘 안 걸리는 것 같으니,밖으로 나가서 3시간 정도 또 걸으라고 하셨다.

남편이 날씨가 너무 추우니, 집에서 걷자고 해서 정말 집에서 1시간 15분 정도를 열심히 걸었다. 집 안을 정말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걷다가 진통이 오면 벽을 잡고 잠시 쉬었다. 그러다가 진통이 점심때쯤 5분 정도로 좁혀졌을 때 조산사님과 통화를 하고 조산원으로 출발했다.


조산원에 도착해서, 남편의 손을 잡고 짐볼을 타고 방안에서도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진통의 강도가 강해졌다. 아 이게 출산의 고통이구나 하고 그 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고통은 시작에 불과했다.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면서 “히프노버딩 : 평화로운 출산”을 읽고 출산을 평화로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나의 출산은 그것과 거리가 있었다. 진통의 강도가 강해지고 간격이 좁혀질수록 나 정말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이 고통이 과연 끝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진통이 잠시 멈춘 시간에는 다음 진통을 두려워했고, 진통 중에는 진통 그 자체로 정말 고통스러웠다. 남편과 원장님의 옷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남편은 괜찮지만, 조산사님께는 너무 진상부린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다.

결국 기나긴 진통 끝에 골반이 10cm 열렸다는 소리를 듣고 그 다음 진통부터 힘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 진통으로 힘이 다 빠져서 그런지 힘을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가 머리가 나왔다가 들어가고 다시 나왔다가 들어 가고가 반복되었다. 남편이 나중에 말해주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아가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그렇게 긴 진통 시간은 아니라지만 나에게는 정말 길었던 10시간의 진통 이 끝나고 우리 딸이 내 가슴 위로 올라와서 울음을 터트렸을 때,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편은 우리 딸이 나오고 나서 살을 맞대고 안으면서 울먹거렸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남편도 진통부터 나와 함께 호흡하면서 아가의 탄생까지 출산의 모든 장면에 같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편도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해주었다. 아가를 낳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출산을 함께 하면서 우리 사이도 그 전보다 더 돈독해진 것 같다.


3주 일찍 태어나 조금 작지만 건강하게 와준 우리 아가와, 나의 출산에 온전히 참여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우리의 출산 과정에 큰 도움을 주신, mj 조산원 원장님께도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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