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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달이 출산 후기 작성일:2014/01/02

작성자
남궁은정
작성일
2020.08.20
첨부파일0
조회수
211
내용
지난 13년 11월 8일 저녁 8시 55분.

달달이를 이곳에서 낳았습니다.

출산 후기를 올린다고 하다가 좌절된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몇 줄 쓰면 애가 깨서 울어서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몇 번 했습니다.

맨 처음에는 장문으로 멋들어진 출산후기를 써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마음을 비우고 간단하게 몇자 적으려고 합니다.

 

인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서, 낯선 동네에서 조리원 알아보다가

엄마손 조리원과 MJ산후조리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임신 중에 여러 출산 후기를 검색해 보다가 자연출산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 접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장님 얘기 듣다보니 귀가 팔랑거려서 자연출산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원장님이 신뢰감있게 얘기를 해주신 것이죠...^^

그래도 겁이 많아서 막달까지 산부인과 다니면서 하라는 검사는 다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자연출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출산하려면 우선 애기가 작아야 한다는 말씀에 열심히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고 출산일을 맞았습니다.

 

출산의 고통은 정말 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생애 최고로 아픈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맹장 수술도 해보고, 치통도 많이 겪어보고, 심지어 치질 수술도 해봤는데,

아기 낳는 것에 비할데가 못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픈 과정을 함께 해준 남편이 있었고,

조산원에 와서는 원장님께서 아플 때를 어떻게 아시는지 만져주시고 용기 주셔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조산원에서 자연출산을 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통주사나 촉진제, 관장 같은 인위적인 처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통주사에 대한 유혹은 있었지만,

무통을 하게 되면 아기 혼자서 그 힘든 길을 헤쳐 나와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어쨋든 아기와 같이 힘을 내서 힘든 일을 같이 겪어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기특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촉진제를 놓지 않으니 단계가 진행되는 순간순간 마다 휴지기가 와서 고통을 어느정도 감내해 낼 수 있기도 했습니다.

 

아픈 과정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병원에 가면 우선 침대에 누워 있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산원에서는 걸어다닐 수 있고, 벽잡고 움직여도 되고, 의자에 앉아 있어도 되었습니다.

특히 진통이 고조될 때 탱탱볼에서 쉴 새 없이 뛰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조산원 공간을 독점(?)할 수 있어서,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하고 남의 눈치 안봐도 되고요.

병원 특유의 차가운 느낌에서 벗어나 안락한 공간을 나혼자 쓸 수 있습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어둑어둑한 방에서 조용한 음악 들으면서 아이가 태어나게 됩니다.

진통 막바지엔 사실 음악이 귀에 들리진 않지만, 낳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모든 고통이 멈추지요.

그 순간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 아기 우는 소리, 축하한다는 말 등이 귓가에 울립니다.

아기가 나오면 가슴에 안겨주시는데, 그러면 우는 소리도 그칩니다.

무언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과정 또한 남편과 같이 할 수 있고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잊지못할 하루였지만, 또 이렇게 시간이 가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 후에는 위층에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바로 올라가 밥 먹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많이 피곤했지만, 극에 달한 흥분감이 쉬이 가시지 않아서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눈이 떠져서 신생아실에 가 어슬렁거렸는데, 그때도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모유수유라는 큰 관문이 앞에 버티고 서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그때는 헤벌쭉 가벼운 기분에 휩싸여 있었지요...

 

조리원 들어오니, 다른 산모들이 초산인데 어떻게 조산원에서 낳을 생각을 했냐고, 용감하다고 했습니다.

저도 조금은 무모했던 것인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자연출산을 했던 것은 정말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우(당시 달달이)와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힘들어 죽겠다가도, 벙긋 웃어주는 살인미소 한 방에 저도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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